어딜 가도 알록달록 예쁜 단풍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기분이 좋은 요즘입니다. 지난 주말 단풍놀이겸 경남 하동으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어요. 대구에서 조금 멀리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들이 분위기 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경남하동 당일치기 여행기와 코스를 준비해왔습니다.
대구에서 경남 하동 당일치기 여행
대구에서 경남 하동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는 달려야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꽤 멀어요. 그래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가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오전에 하동으로 차를 몰고 달려가 봅니다.
장시간 운전을 하면 허리가 뻐근해져요. 안전운전을 위해서라도 잠깐의 휴식이 필요해요. 2시간 정도 운전을 하니 산청 휴게소가 있어 잠깐 쉬다 가기로 했어요.
휴게소에 도착하니 12시쯤이 되었어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휴게소 간식은 빠질 수 없죠. 예전에는 휴게소 대표 먹거리로는 호두과자와 감자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휴게소에 음식이 다양해요. 저는 주로 해물 어묵바를 먹는데요, 매번 다른 음식을 먹어본다 하고서도 결국 또 핫바를 잡게 되더라고요.
이땐 몰랐어요. 이 시간에 먹은 핫바가 이날의 점심이 될 줄은요...
요즘은 특정 지역의 휴게소에 가면 테마 공원이 있는 곳이 있어요. 그 지역의 유명 설화나, 지형, 역사 등을 이용해 휴게소에 들르는 여행객이 둘러볼 수 있도록 말이죠. 지리산 하면 산청, 산청이라 하면 허준 선생님이 떠 오르지 않을 수 없어요.
어릴 적 전광렬 배우가 허준 역할을 맡은 드라마 허준은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어요. 허준이란 인물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인데, 스토리뿐 아니라 배경이 되었던 지리산의 풍경이 스크린에 너무 멋지게 담겼었거든요. 드라마가 너무 인상적이라 동의보감 소설책을 몇 번이나 완독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할 때는 동의보감에 빠져 살기도 했답니다.
선생님의 역작인 동의보감 덕분에 우리 민족은 전통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한의학의 줄기를 세울 만큼 허준 선생님은 위대한 의학자세요. 그래서 산청은 한의학으로 유명한 지역이랍니다.
삼성궁, 인내심이 많아야 볼 수 있는 곳
처음 삼성궁을 내비게이션에 찍었을 때 예상 도착시간이 4시간이 나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4시간이나 나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닌데 말이에요. 사실, 대구에서 IC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문제는 삼성궁 도착 2Km 전 부터 시작이더라고요. 삼성궁 입구까지 약 2km가 남았을 무렵, 도로의 차들이 움직이지 않기 시작합니다.
느릿느릿 움직이거나 아예 정차해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알고보니 삼성궁의 주차장이 만차라 더이상 차량 진입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주차장이나 주변의 차량이 빠져야 차량이 한 대씩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2km의 거리를 약 1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삼성궁에 입장했습니다. 가을이 한껏 깊어진 삼성궁의 내부는 정말 예뻤어요. 멋드러지게 쌓아둔 돌담과 조각들이 산 하나를 둘러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산을 천천히 돌아 삼성궁을 돌아봅니다.
삼성궁은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을 계승한다하며 여러 돌탑을 쌓고, 솟대를 세우며 한민족 특유의 옛 모습을 재현한 곳이라 합니다.
"구두를 신어도 될까? 운동화를 신어야 하나?"
"아마, 운동화 신는게 좋을걸? 꽤 많이 걷는 하루가 될지도...?"
출발 전 아내가 구두와 운동화를 고민합니다. 저는 나들이를 나가면 되도록 운동화를 권해요. 저희는 주로 걷는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이날의 삼성궁 방문, 운동화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삼성궁의 다듬어진 길을 걷는다 해도 기본적으로 산길을 오르내릴 때가 있거든요. 혹시 삼성궁을 방문하는 여성분이 계시다면 운동화를 추천합니다.
과거 삼성궁은 경전, 명상, 무술 등 여러 수행을 했다 합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로는 수행터이기 보단 하나의 관광지가 되었다 해요. 그래서 삼성궁 곳곳 정말 예쁘게 조성해둔 곳이 많았어요. 자연과 너무 잘 어울리는 배경과 조형물이 삼성궁에 가득했거든요.
청학동 해발 850m에 자리한 삼성궁은 우리민족 고유의 예와 도를 행하여 왔으며, 우리민족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실현하고자 연마하는 배달의 성전이다.
<삼성궁 안내문>
삼성궁은 고조선 시대에 소도(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를 현대에 복원한 곳이래요. 학생 시절 국사책에서 고조선 시대 소도에 대해 배운적이 있어요. 소도에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리 죄인이라도 잡아갈 수 없다할 정도로 신성한 곳이라는 것이 안내문을 보자 떠오르더라고요.
삼성궁은 배달민족의 시조인 삼성(한인, 한웅, 단군)을 모신 곳이래요. 그래서 초상화와 함께 모셔져 있더라고요. 예쁜 풍경과 함께 조금은 학생시절 공부한 고조선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하 소설의 배경이 된 최참판댁
삼성궁 관람을 끝낸 후 차로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두 번째 장소는 최참판댁입니다. 경남 하동 최참판댁은 한국의 대표 소설 중 하나인 <토지>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하동 평사시를 무대로 최참판댁과 소작인들 중심의 이야기가 담긴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토지 드라마가 두 번 제작된것 알고 계시나요? 첫 드라마는 1987년 광복 42주년을 맞아 KBS에서 토지를 제작했다 해요. 당시에는 아직 탈고되지 않은 작품이라 작가님께서 드라마 제작을 반대했지만, 방송국의 끊임 없는 요청으로 제작이 되었다 하더라고요.
드라마 방영 이후 악양면 평사리에 많은 시청자와 독자가 방문하게 되었어요. 미디어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죠. 하지만 방문객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지리산과 섬진강, 평사리의 들판이었어요. 왜냐하면 최참판댁이라는 것은 없었거든요.
당시 하동군의 석민아 고무원이 <최참판댁 건립>을 제안했고, 하동군의 노력으로 최참판댁이 현실로 그 모습이 복원되었다 해요. 그리고 박경리 선생님의 역장 토지가 완간이 되었어요. 이에 SBS에서 2004년 대하드라마 토지를 제작해 방영했고, 그 세트장이 바로 이곳이랍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모두 담고 있다는 토지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드라마는 당시 수험생이라는 핑계로 TV를 보지 않아 토지에 대해선 거의 몰라요. 그래서 그런지 토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토지를 읽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면서 최참판댁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어요. 시간을 보니 어느덧 오후 5시, 점점 해가 짧아지는 가을이에요.
박경리 선생님을 기리다, 박경리 문학관
오후 6시가 되기 전 아직 들러야 할 곳이 남았어요. 최참판댁 길건너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입니다. 박경리 작가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해 개관한 곳입니다.
박경리 문학관에는 작고하신 선생님의 유품과 그 당시 신문기사, 원고 등 작가님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천천히 경건한 마음으로 전시관을 둘러봅니다. 전시관이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기에 1시간이라는 시간 뿐이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작가님의 자서전 일부예요. 유방암 수술을 받으신 작가님은 보름만에 퇴원을 하시곤, 제대로 휴식도 없이 다시 토지 원고를 쓰셨다 합니다. 그만큼 글쓰기 자제가 당신의 삶이 아니었을까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기에 이런 역작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후 6시, 이미 해는 떨어져 주변이 어두워졌어요. 경남 하동 당일치기로 둘러 본 곳은 두 곳 뿐이지만, 알차게 봤다 생각했어요. 이제 대구로 돌아가야 해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먼저 들르기로 했어요. 점심도 굶었는데, 저녁까지 먹지 못한채 돌아갈 순 없잖아요.
여행의 마무리는 맛있는 재첩과 함께
하동은 섬진강이 있어 재첩으로 유명합니다. 하동 식당 어딜 가도 재첩 요리는 꼭 있더라고요. 하동까지 왔는데, 재첩요리 하나는 먹고 가야죠? 지도앱을 찾아보니 하동 IC 가는 길에 식당이 있어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재첩덮밥과 재첩국이에요.
"재첩덮밥? 재첩을 생으로 먹을 수 있나?"
"살짝 데쳐서 나오는게 아닐까?"
아내와 재첩덮밥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재첩덮밥이 나왔어요. 재첩을 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물에 데쳐 채소와 함께 밥을 비벼 먹는 것이더라고요. 매콤달콤한 양념에 아삭한 야채, 고소한 재첩까지 버무려 알차게 저녁을 한 끼 먹었어요.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던 재첩국까지 늦었지만 맛있는 저녁으로 경남 하동 당일치기 여행이 마무리 되었어요. 짧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재미있게 둘러봤던 경남 삼성궁과 최참판댁이에요. 최참판댁은 제가 토지를 읽은 후 다시 한 번 방문해보겠어요!
전주 한옥마을로 당일치기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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