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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
시집 좋아하시나요? 저는 시집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을 때 시집을 한 번씩 읽기도 한답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10년 전에 구입했던 책이에요. 그때 읽고 책장에 있던 녀석을 갑자기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어 꺼내게 되었어요.
책이라는 것이 가끔은 신기해요.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그때 느꼈던 느낌과 달리 새로운 느낌을 받을 때가 많거든요. 특히, 시집을 읽을 때면 더 그런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시는 함축적인 내용이 많아 아마 그 당시의 제 상황에 몰입해 저 나름대로 시를 해석하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시집을 읽어봤어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알에치코리아>
사랑하는 이를 미워해 본 적 있으신가요? 사랑만 해도 모자란데 사랑하는 이를 미워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분노? 슬픔? 시원함? 아마 대부분 분노가 많기에 사랑하는 이가 미워지는 것일 거예요. 저 역시 그랬었어요. 20대 시절 헤어졌던 사람은 그 분노만큼 그 사람이 미웠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이와 사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랑에 대한 마음과 생각도 변한 것 같아요.
(60쪽)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웠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로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했던 마음먹던 밤
돌앙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 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마음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예전과 달리 다시 읽은 이 시는 글자 하나하나가 괴롭고 아팠습니다. 20대 때는 이별의 아픔을 분노로 내보냈어요. 하지만 30대의 이별은 상대에 대한 분노 보단 저 자신에 대한 자책이 있었나 봐요. 이런 마음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한때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데 어떤 이유에서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 대해 나쁜 감정은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래서 더욱 저 자신에 대한 괴로움으로 남았나 봅니다.
책의 페이지는 140페이지로 그렇게 많은 페이지 아니에요.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볼 수도 있는 책이죠. 그러나 시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시에 빠져 들어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보려 하기도 하고, 그 내용을 저의 경험에 빗대어 보려고도 해요. 그러다 보면 시를 읽는 시간이 때론 늘어날 때도 있어요.
글자만 가득한 시집이었다면 쉽게 지루해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와 함께 곳곳에 송필용 화백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시와 잘 어울릴뿐더러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차분해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굳이 책을 빨리 읽기보단 다른 책과 함께 읽으며 조금씩 조금씩 시집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랍니다.
삶도 사랑도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고생할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죠. 세상 모든 이가 각자의 어려움과 힘듦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하고, 힘듦을 이겨내며 자신을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려움을 극복 후 다가 올 달콤한 결과를 생각하며 오늘 조금 흔들린다고 꺾일 필요는 없다 생각해요. 누구나 흔들리니까요.
그 흔들림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조금씩 성장한다면 어제 보단 나은 오늘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분들에게 더 따뜻한 오늘과 내일이 다가오길 희망합니다.
(112쪽)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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