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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400억이라는 빚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로또 400억이 아닌 빚으로 400억이라니, 사실 저는 체감이 잘 되지 않아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큰 금액이라서요. 아마 대부분 400억이라는 빚이 생기면 파산신청을 하거나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삶을 포기하지 않을까는 생각을 합니다.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게 된 저자는 하루아침에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야 했습니다. 누구나 꿈꾸던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사업과 함께 딸려온 엄청난 숫자의 빚. 400억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저자는 아버지의 부고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곳곳에서 걸려오는 은행의 대금납부 전화에 엉망징찬인 사업들까지. 400억 원의 빚을 갚는 남자의 고군분투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 같은 내용의 에세이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책에 400억의 빚을 갚는 방법이 정말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정도의 포괄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만약 뭔가 엄청 구체적인 내용을 기대하고 계시다면 조금은 기대를 내려놓고 독서하시길 권해요. 너무 구체적이진 않아도 사업을 하는 이라면 이런 마음과 행동은 한 번쯤은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 / 유자와 쓰요시 / 정세영 옮김 / 한빛비즈>
얼마 전 퇴직한 회사의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어요. 퇴사 무렵 들어온 후임들인데 인수인계의 시간도 짧았고, 많이 도움을 주진 못했어요. 그래서 퇴사 후에도 후임들과 연락을 하며 계속 인수인계를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만날 일도 많고, 후임들은 저를 만나면 누구나 하는 월급쟁이의 푸념을 늘어놓곤 하면서 저희는 친해졌어요.
어느 날, 후임이 미팅을 가게 되었는데 저와 친하게 지내던 담당자와 이야기가 잘 통해 편해졌다는군요. 3년간 저와 연락을 했던 담당자였는데, 좋은 분이셨어요. 그 담당자 덕분에 저도 일을 편하게 했고 상부상조가 잘된 관계였어요. 퇴사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제 이 후임이 담당자와 친해졌다며 자랑하는데 후임에게 담당자에 관한 조언을 몇 개 해주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어요. 이미 저보다 더 친해진 것 같았거든요. 부지런하고 성실한 후임이라 걱정은 하지 않아요.
다만, 씁쓸한 기분이 조금은 밀려왔어요. 매일 야근하며 혼자 만들어낸 영상을 보며 혼자 뿌듯해했어요. 그리고 담당자분들이 제 영상에 만족을 했을 때 그 기분도 너무 좋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친해진 분들도 많고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퇴사를 해보니 굳이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더군요. '매일 야근하며 고생했는데, 결국 부속품이었구나'는 생각이 밀려왔어요. 또 담당자들도 처음에는 아쉬워했지만, 결국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할 수밖에 없었죠. 그 당시에는 누군가 저를 조금만이라도 더 알아줬으면...이라는 그런 기대감이 있었나 봐요.
지금은 어떠냐고요? 전혀 그런 생각 들지 않아요. 왜냐면 제 사업을 어떻게 하면 번창할 수 있을지. 인정받을지 그 생각이 많아 과거에는 이랬는데라며 추억을 회상하기에는 아직 바쁜 신입 사장이기 때문이에요.
(19쪽)
바로 얼마 전까지 내게 일을 배우던 후배 두 명이 내가 담당하던 대만이나 한국 거래처 부장과 이미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거래처 부장은 몇 개월 전만 해도 "유자와씨가 아니면 절대 안 돼."라고 말했었는데... 비즈니스라는 게 다 그런 게 아니겠는가. 떠난 사람은 잊히기 마련이라는 말이 뼛속 깊이 사무쳤다.
(227쪽)
대기업을 떠날 때, 나는 작은 톱니바퀴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대기업에는 얼마든지 대신할 인재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관리직 직원 한 명이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발칵 뒤집힌다. 하물며 경영자는 모든 일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렇게 보람 있는 일도 없다.
저의 새로운 직업은 스카이차 작업 기사입니다. 영상제작업을 하다 갑자기 스카이차 작업 기사라니, 너무 뜬금없죠? 사실, 지금 이 일을 하면서 제가 가장 큰 도움을 받고 있는 분은 저의 사장님이신 아버님 덕분이에요. 20년 가까이 이동식 고소작업차를 운행하신 아버님은 제가 영상업 하는 것을 못마땅해하셨어요. 10년을 고생하면서 사는 모습을 훤히 보신 데다, 마지막엔 몸까지 좋지 않아 졌으니까요.
사실, 저도 몇 년 전부터 고민은 했었어요. 하지만 저 나름의 꿈이 있었고, 아버님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스스로 성장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군요. 결국, 포기라면 포기일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어요. 그런데 매번 지켜보던 이 직업, 정말 위험하고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어요. 영상은 잘못하면 다시 촬영할 수 있는 경우 많지만, 이 직업은 실수하는 순간 인명사고가 발생하거든요.
초기에는 사고도 많이 치고 혼도 많이 났습니다. 지금도 물론 혼나면서 배우고 있어요. 이 직업으로 저와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신 아버님께 감사한 마음도 많고요. 남들은 제 인생이 쉬워 보인다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저대로 필사적이에요. 아버님께 인정받아야 하거든요. 안전작업과 사업의 목적인 꾸준한 수입 창출까지 되어야 반은 인정받는 게 아닐까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어느 날 지금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아직 실력도 없고, 거래처도 없는 저는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어요. 두려움이 밀려왔어요. 위험한 현장에 있는 만큼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거든요. 주변 지인들은 제가 아버지 덕을 많이 본다 합니다. 부정하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려 합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닥칠 저의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일을 배우고, 주변과 어울립니다. 언젠가는 저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생각하면서요.
(34쪽)
쉴 새 없이 흐르던 눈물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나는 순수하게 아버지를 잃은 슬픔의 눈물이다. 말도 잘 섞지 않고 속내도 터놓지 않는 부자사이였지만, 아버지는 서투르나마 애정을 다하며 나를 키워 주셨다. 나보다 갑절은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해 주셨다. 그런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부터 내 앞에 펼쳐질 사태에 대한 공포의 눈물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머리 한구석에서 머뭇머뭇 시뮬레이션해 봤던 사업승계문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 순간에 닥쳐온 공포에 압도되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지만,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게 직장인의 삶 중 하나가 아닐까요? 저자 역시 직장생활 당시 항상 밝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욕도 먹고, 영업 실패도 하면서 회사생활을 했겠죠. 그 기분 잘 알아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 실패가 계속 쌓이면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계속 변명거리를 만듭니다. 그럴수록 성과는 더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런 삶 속에서 저자는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려 노력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을 해결해야 한다면, 이 일이 재미없는 일이라도 이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 하는 것이죠. 마인드를 바꾸며 지내온 회사 생활은 후에 본인의 사업 마인드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부분이 언급됩니다.
(60쪽)
'싫어하는 일이라고 낙담하지 않고, 괴롭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재미없는 일에서 스스로 재미를 찾으면 결국 결과를 낸다'라는 일의 기본을 이 시기에 배웠다. 그때만 해도 이것이 훗날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잡의 명언 중 하나는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입니다. 그는 '점과 점을 잇는 선'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을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영상제작을 위해 드론 조종법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했었어요. 드론 덕분에 예쁜 영상을 많이 제작할 수 있었죠. 영상제작업을 그만두곤 드론을 배워둔 일이 쓸 일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지금 스카이 장비는 리모컨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해요. 그런데 리모컨 조종법이 드론 조종기와 거의 흡사하더라고요. 덕분에 처음 일을 배울 때 빨리 적응했던 적도 있어요. 설마 그때 배운 조종법을 이렇게 써먹을지는 몰랐었죠.
현장을 나가면 위험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이 직업이 보람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하기 힘들었던 작업이 저의 도움으로 진행이 되고 마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 부분에서 저는 제 직업에 만족하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덕분에 오늘도 저는 힘차게 일을 합니다.
업은 바뀌었지만, 영상제작업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에요. 가끔 현장에 나가 제가 영상제작을 한다 하면 가끔 홍보영상이나 간단한 편집을 부탁하는 분들도 계셔요. 또 주변 지인분이나 소개로 영상제작을 부탁하는 분들 있어요. 더구나 제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율해 주는 분이 많아 도움을 받으며 영상제작을 할 수 있는 고마운 기회를 얻기도 해요. 여기에 최근 공모전 2군데에 입상해 상을 받기도 할 만큼 여전히 영상업도 포기하지 않고 하고 있답니다.
직·간접적으로 여전히 제 삶의 일부가 된 10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끔 이렇게 깨닫곤 한답니다. 저만의 강점과 장점을 찾아 개선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이 지금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일 중의 하나더라고요. 저만의 강점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지금도 고민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며 사업을 활용해보려 합니다. 또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기보다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 해결하며 앞으로 나가보겠습니다.
(134쪽)
자사의 장점에 집중하여 장점을 살린다. 그리고 모두 점차적으로 통합해 간다. 일대일의 승부에서 보기 좋게 참패한 끝에 이것을 배운 것이다.
(169쪽)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길을 개척한다고 믿었다. 그때도 나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달걀로 바위 치기'를 실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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