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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여즐상/춈덕's 독서 여행

청렴한 세상을 바라다 : 하룻밤에 읽는 목민심서

by 춈덕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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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어릴 적 정말 많이 부른 노래가 있어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에요. 요즘 학생들은 이 노래 잘 알까 모르겠어요. 저는 이 노래 덕분에 학생시절 국사 공부 하기 조금 편했던 것도 있어요. 단군 할아버지의 홍익인간부터, 별 헤는 밤의 윤동주까지 노래 하나에 모두 담긴 한국의 근현대사. 정말 노래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지금도 흥얼흥얼 거리다 문득 나온 '목민심서 정약용'.

정약용 선생님은 조선후기, 최고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이자 학자이십니다. 그만큼 많은 책을 편찬했는데, 왜 이 노래에는 '목민심서'가 정약용 선생님의 대표작으로 가사로 적었을까요. 목민심서는 다산 선생님이 신유사옥으로 전라도 강진에 18년이 넘는 유배생활 동안 자신의 생각과 경륜을 다 바쳐 지은 지은 것으로 57세의 나이에 완성된 책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다산학의 정점이며 핵심이에요.

예전 아버님께서 읽으신 목민심서가 집에 있어요. 총 5권의 책. 어릴 적도 그랬지만, 여전히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에요. 양도 양이고, 어렵게 쓰인 곳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아마 어릴 적, '이 책은 어렵다'는 생각이 박혀 쉽게 손이 가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목민심서를 접해보고 싶어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하룻밤에 읽는 목민심서 / 정약용 지음/ 이지영 엮음 / 사군자 출판>


목민심서는 목민관, 곧 지방 행정관인 수령이 지켜야 할 윤리적, 행정적 지침을 밝히는 동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책이라 합니다. 과거나 현재나 부정부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을 단순히 공무원에 한정 짓기보다 누구나 이런 생각과 행동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 회사를 다닐 때 성격이 다혈질인 상사가 있었어요. 그분은 부하의 잘못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우선 화부터 내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저희는 놀라거나 기가 죽어 조용히 그분의 말을 따라 작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일이 아니에요. 어떤 일을 하든 눈치를 보게 되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또 언제 혼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언제나 따라다녔기 때문이에요.

선배 중 한 명이 실수를 했다 상사에게 엄청 혼났습니다.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며 그 선배에게 화를 냈어요. 결국, 선배는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후에 사적인 술자리에서 만난 선배의 얼굴은 엄청 좋아 보였어요. 회사에서는 매일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는데, 이 사람이 이렇게 밝은 사람이었구나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어요.

프로젝트의 완벽을 위해 열정을 발휘하는 것과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것은 엄연히 달라요. 특히, 이 상사의 경우 본인의 기분에 따라 아랫사람을 대할 때 많았어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소리치며 욕을 하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 생각하는 분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욕을 먹는 당사자는 자존감이 무너지고 점점 의기소침해집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 선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회사의 목적은 이익 창출입니다. 하지만 이 이익 창출을 위해선 함께 협업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혼자만 잘해서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해요.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이 실수를 다시 하지 않게끔 바른 길로 잡아주는 것 역시 선배의 역할이거든요. 저 역시 친절하면서도 일 잘하는 선배에게는 제가 먼저 하나 더 챙겨드리고 스스로 일을 찾아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려 했던 적 있어요. 어디서든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40쪽)
아랫사람을 관용으로 대하면 순종하지 않을 백성이 없다. 그러므로 공자는 "윗사람이 되어 너그럽지 아니하고 예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에게 무엇을 보랴"하였고, 또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을 얻는다"하였다.


어릴 적 저는 잘난 척을 많이 했어요. 사실, 잘난 것이 하나 없는 녀석이었지만,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나 봐요. 언제부터인지 저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어요. 저 보다 공부, 운동 등 잘 못하는 친구들을 은근히 깔보는 못된 마음이 있었어요. 폭력이나 욕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 사람을 무시하는 그런 말투를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중학생 시절, 학급 반장을 했어요. 반장을 하니 더욱 친구들을 깔보는 그런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제게 화를 냈어요. 은근 사람 깔보는 그런 말투 마음에 안 든다면서요. 그 말을 듣고 바로 정신을 차렸나고요? 아니요. 그 말을 듣곤 그 친구와 엄청 싸웠어요. 문제는 다음이었어요. 제 행동에 마음에 들지 않은 친구들이 모두 그 친구 편을 듭니다. 원인 제공은 저였던 것이었어요. 그래도 왕따는 당하지 않았어요. 대신 선생님께 엄청 혼났었죠.

누구보다 친구들을 지켜줘야 하고 함께 해야 하는 반장이 반친구들을 깔보고 있었으니까요. 각 과목 선생님들께도 많이 혼났고, 반성문도 많이 썼어요. 물론 친구들에게도 사과 많이 했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니까요. 그 친구들의 화가 어떻게 풀렸는지 기억은 안 나요. 하지만 어느 순간 친구들과 잘 지냈었거든요. 철없는 시절의 행동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욱 조심하려 노력합니다.

학교라는 틀이 아닌 사회라는 틀은 더욱 다양한 사람이 많아요. 저를 제외한 모두가 달라요. 제겐 쉬울지 몰라도 상대에겐 어려울 수 있는 일도 있어요. 이런 모습을 다그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항상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그런 태도가 나올 때 한 번씩 있어요. 저의 모습에 기분 나빠하는 이가 있다면 빨리 사과하고 그러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나쁜 버릇, 지금도 고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조심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104쪽)
예의로 교제함은 군자가 신중히 여기는 바이니, 공손함이 예에 맞으면 치욕을 면할 것이다.
나는 문관이요 상대가 무관일지라도 비교해서 괄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혁혁하고 상대는 변변하지 못할지라도 교만을 부려서는 안되며, 나는 잘났고 그는 어리석다 해도 무시해서는 안되며, 나는 늙고 그는 젊다 해도 이를 한탄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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