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 즐기는 세상
독서여행
'여행'
듣기만 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은 설레고, 여행 중에는 모든 것을 잊고 여행만 즐길 수 있죠.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사진과 기록을 보며 다시 한번 그때의 여행을 되새겨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매번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순 없어요. 금전적인 문제와 시간적 이유를 핑계삼기도 해요.
대신 저는 블로그의 여행기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같은 방문지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분도 있기 때문이죠. 그것이 여행의 묘미 아닐까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제가 처음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20대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을 기록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많은 분이 워홀에 관심을 가져주셨고, 저는 워홀 정보와 함께 20대에 다녔던 여러 해외여행 경험기를 블로그에 썼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네이버 블로그는 폐쇄하고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겼어요. 그리고 다시 쓰기 시작한 여행기는 제가 여행하면서 느낀 경험과 생각을 쓰기보다 단순한 여행 정보 전달 위주였어요. 제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과 여행의 기분보단 정보를 전달하고 방문객 숫자만 의식하고 있더라고요. 최근 여행기까지 모두 변해버린 블로그에 여행기 쓰는 것이 그렇게 즐겁지 않아요. 재미있자고 시작한 블로그가 재미 없어져버린 최근 읽게 된 책이에요.
'다시 한번 예전처럼 즐겁게 여행기를 써 보는 것이 어때?'
책을 읽으면서 딱 이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 내가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요. 잊고 지내던 블로그의 동기를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 준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 슛뚜>
"내 카드인데 왜 네가 마음대로 서명하는 거야?"
"너, 물건 담느라 바빠 보여서 내가 대신해 줬어"
"그러니까, 왜 내 카드를 너 마음대로 서명하냐고"
직장 생활로 태국에서 2년간 살았어요. 태국 생활 중 하루는 태국 친구와 마트에서 장을 본 적이 있는데, 친구가 본인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어요. 결재 후 점원이 서명을 해달라는 말에 물건 담느라 바쁜 친구 대신 제가 서명을 했어요. 이를 본 친구가 왜 네가 서명하냐면서 화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별것 아닌 일로 화내냐 했는데, 오히려 그 말에 친구가 더 화를 냈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식사 후 식당 주인이 카트 서명을 하거나, 친구의 카드를 대신 결제해 주는 풍경 익숙해요. 그런데 이런 습관을 그대로 태국에서도 하고 있었던 것이에요. 태국 생활에서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된 친구이지만, 개인 사생활을 꽤 중요시 여기는 친구였어요. 그런 친구의 허용범위를 제가 마음대로 넘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에요.
물론, 모든 태국 사람들이 카드 결제 서명을 대신한다 화내진 않아요. 개인마다 차이도 있고, 문화의 차이도 있겠죠.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문화와 사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한국적인 습관에 너무 익숙해져 태국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닌지, 사생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를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여행도 마찬가지예요. 지역마다 문화 다른 경우 있어요. 타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면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경우 많아요. 그래서 저는 여행 중 제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해도 될지 궁금점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바로 '질문'이에요.
"제가 이렇게 해도 될까요?"
이 한 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그러면 서로의 오해를 만들 상황 생기지 않아요. 당장 직면한 문제점이나 사람과의 관계까지도요. 여행을 떠나기 전 모든 정보를 알고 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궁금증이 생기면 행동을 하기 전 먼저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53쪽)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해외에 나온 게 처음인 20대 초반의 우리 둘은 미처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고, 별생각 없이 우리 입맛에 맞춰 요리하고 술을 권하기도 한 것이다. 왜 아지즈가 우리의 음식을 먹지 못했는지, 왜 술을 마시자는 우리의 제안을 매번 거절했는지 떠나기 전날에서야 알 수 있었다.
여러분은 어떤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아침 기상시간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꽉 찬 스케줄의 여행일 수도 있고, 그냥 당장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는 그런 스타일일 수도 있어요. 저는 주로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계획대로 되면 좋겠지만 여행이란 것이 그렇지 않더라고요.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어느새 그것이 제게 스트레스가 되었던 적 많아요. 즐겁자고, 힐링을 즐기자고 떠난 여행이 짜증 가득한 여행이 되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요.
저와 반대인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여행의 기본 계획은 세우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현지에 가서 마음에 드는 일이 생기면 기존 계획은 잊어버리고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와 완전 반대인 친구입니다. 이런 친구가 저의 여행 스타일을 보곤 다음에 일본 여행을 갈 땐 자기가 다 할 테니 저 보고는 그냥 따라오기만 해 줄 수 있냐 묻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목적지는 하루 한 곳만 정하기로 했어요.
계획파와 즉흥파의 3박 4일의 일본 여행 어땠을까요?
결론은 매우 알찬 여행이었어요. 제가 정한 하루 한 곳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우린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봤어요.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고, 방금 지나간 길인데 뭔가 재미있는 게 보이면 다시 돌아가 또 둘러봅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몰라요. 목적지를 언제까지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아니, 나중에는 그곳이 목적지였는지 잊어버린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목적지를 가지 않았던 적도 있어요.
그곳에 가지 못해 아쉬웠냐고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비록 목적지는 못 갔지만 저는 친구와 함께 또 다른 일본을 볼 수 있었거든요. 목적지만 향해 달려갔다면 놓쳤을 작은 동네의 분위기, 군만두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집에서 몇 시간이나 맥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등 그런 재미를 몰랐겠죠.
그 친구 덕분에 저는 여행이 항상 계획대로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여행 계획 너무 세세하게 세우지도 않고, 너무 빡빡하게 하지도 않아요. 그냥 발길이 걷는 대로 여행을 떠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다면 낭비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여행을 즐기는 중이랍니다. 제가 있는 그곳이 바로 여행지임은 변함없기 때문이에요.
(57쪽)
여행이 늘 알차야 즐거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서 깨달았다. 우린 마음껏 시간을 낭비했다. 니스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지만, 그 기억은 모두 니스로 남았다.
(85쪽)
좀 전에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없었다 보면 보지 못했을 광경.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서서 다시 걷는 나는 어느새 싱글벙글이었다. 이때부터 여행하다 길을 읽는 것에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버스 번호라던가,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어느 교통편이 가장 빠를지 등은 뒷전이 되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아무 버스에 몸을 싣기도 하고, 시선을 끄는 풍경이 있다면 내려서 다시 걷는다. 여행 끝물이 돼서야 최단시간, 최소거리 같은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음 여행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슛뚜님의 해외여행을 통한 경험과 생각을 적어둔 책이에요. 사실, 해외여행 경험이 없거나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분들에겐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굳이 여행을 해외로 떠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여행이라는 것이 본인 만족을 위해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국내 여행이라도, 대한민국은 정말 볼거리 즐길거리 많은 곳이에요.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등 당장 갈 수 있는 곳도 다양하고 지역마다 문화와 말투 모두 달라요. 국내라도 충분히 낯설고 새로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며칠씩 휴가 내고 떠나기 어렵다면 주말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당일치기도 좋아요. 굳이 하루에 많은 곳을 둘러볼 필요도 없어요.
하루 한 곳만 가더라도, 그 여행을 통해 제가 즐거웠고 만족했으면 그것으로 좋은 여행이라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라 생각해요. 자금적 여유가 없으니 다음에 가야지, 친구가 시간이 안된다니 다음에 가야지 등의 핑계로 본인의 여행을 미루지 마세요. 돈이 부족하면 당장 카페 가서 마시는 커피 줄여 교통비로 저금해 두고, 친구가 안된다면 혼자 떠나면 되죠. 정 안되면 걸어서 미처 가보지 못했던 주변 다른 동네도 어떻게 보면 여행이 될 수도 있어요. 은근히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 많이 발견하거든요.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등 이유는 많을 수 있어요. 어떤 여행을 즐기든 자신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굳이 어딜 떠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여행이 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래서 제 블로그 이름도 <여행으로 즐기는 세상>이라 지었어요. 그리고 제 SNS 프로필에 적어둔 글을 하루에 한 번씩 본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313쪽)
누군가는 반문한다. 여행은 여유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여행함으로써 여유가 생긴다고 믿는다. 지갑의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니까. 호화로운 여행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여행은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6인실 호스텔에서, 야간 버스에서, 경유하는 비행기에서, 그러니까 저지르면 어떻게든 수습하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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