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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책장 정리를 하다 꽤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어요. <연애 교과서>. 제목부터 어떤 책인지 감이 오지 않나요? 대학생 시절, 연애가 너무 하고 싶어 친구들과 미팅, 소개팅은 물론 헌팅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너무나 어려운 연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몰랐죠.
주변 사람들에게 연애 관련 조언도 많이 듣고, 정보도 많이 검색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어요. 연애를 책으로 배운다는 부분이 웃기게 느껴졌었어요. 하지만 책을 읽고 연애관과 행동들이 조금 바뀐 부분도 많았던 책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구입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책을 책장에서 발견한 덕에 20대의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되었답니다.
<연애교과서 / 송창민 지음>
"형,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뭘 어떻게 해, 너 평소 하던 대로 대하면 되지, 너 주변 친구들하고 잘 지내잖아."
"그건 맞는데, 이상하게 그 사람한테는 그게 잘 안된다고요. 떨리고 말도 잘 안 나와요."
친한 동생이 마음에 드는 여성이 생겼는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걱정이 많습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많고 성격이 좋은 친구라, 친한 이성친구와도 친하게 지내는 것을 많이 봐 왔기에 연애를 잘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여성 앞에만 서면 그런 성격이 다 사라져 버려 본인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랍니다.
그 마음 저도 솔직히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이성적인 마음이 없는 친구에겐 동성친구만큼 친분력과 농담 등을 주고받지만, 마음에 드는 여성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조용해지는 성격입니다. 아마 상대에게 더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본 성격을 눌러버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심한 중압감을 진중함이 아닌 지루함이 되어 버렸고, 결국 잘 되지 못한 경우 많았어요. 동생 역시 그런 마음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어요.
이 책의 앞장에 호랑이를 사랑한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호랑이를 너무 사랑한 토끼는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갔어요. 너무 두려운 토끼에게 호랑이는 배고파지면 언젠가 토끼를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토끼는 호랑이에게 자신이 이미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그 정도는 각오를 했다 합니다. 그러면서도 만약 자신을 잡아먹지 않으면 호랑이에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식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서 호랑이를 회유하는 내용이 나와요.
아마,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누구나 겁쟁이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잘 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 등으로 시작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분들이라면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보고, 연애의 기술을 길러라는 말로 이 책은 시작합니다.
(19쪽)
그 하나는, 당신은 그녀에게 다가가도 그녀는 당신을 잡아먹지 않기 때문에 무서워하거나 떨거나 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른 하나는 토끼처럼 임기응변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연애교과서를 읽으라는 것이다.
(72쪽)
다가서기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내게 중압감이 느껴진다면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믿고 오히려 더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혼자 보낸 시간이 의외로 많았으리라. 대부분 그랬다. 친해지면 더 다정스럽고 웃음이 많았다. 중압감 따위에 눌리지 말고 내 맘이 시키면 한 발짝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맘이 시키면 하는 것이다.
'남중, 남고, 공대 졸업, 여사친도 없어요'
'연애를 책으로 배웠다', '키스를 책으로 배웠다'
예전 여성을 접할 기회가 적고 연애에 실수를 했는 사람들끼리 이런 우스갯소리 많이 했었어요. 책을 통해 배운 연애 기술이 실수로 이어질 때 많이 말했던 농담이에요. 하지만 책으로나마 연애를 배웠으니 그 정도는 했다 생각합니다. 책조차도 펴보지 않은 사람은 이보다 더 하지 않았을까는 생각도 들어요.
태국에서 2년을 살았던 적이 있어요. 태국은 한국과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주행방향도 반대입니다. 그래서 태국을 처음 도착한 분들은 주행방향이 반대인 태국 교통 문화에 어려워해요. 2년간 운전석과 도로가 반대인 태국에서 운전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그 걱정은 잠깐, 자동차의 시동을 걸자마자 제 몸은 바로 한국의 주행 방향에 적응했어요.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죠.
연애 책을 읽는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연애에도 기본적 매너는 있는 것 아시죠? 그 매너조차 모르는 사람 많아요. 그렇다고 매번 주변에게 그런 매너를 물어볼 수는 없죠. 그래서 책을 통해 미리 연애의 매너를 배우고 익혀두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상황이 닥치면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는 것이죠. 그런 사람이 연애뿐 아니라 평소 매너도 좋다는 말 많이 듣더라고요.
물론, 책이 아닌 직접 몸으로 익힐 수도 있어요. 20대 때 친구 중 연애를 많이 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책을 본 적이 없다 합니다. 대신 여성에게 거절당하든 당하지 않던 계속 부딪히고 몸에 익히고 스스로 뭐가 잘못되었는지 돌아보기도 한다는군요. 정말 대단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를 위해 직접 고통을 겪으며 하나씩 배운 연애 습관과 기술. 본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거절이 무섭고 두려운 분이라면 우선 책부터 읽는 것 절대 나쁘지 않다 생각해요.
(35쪽)
여자는 이끌어주는 남자를 좋아한다. 이렇게만 해도 점수는 당신이 계획 없이 막 행동했을 때 보다 훨씬 많이 딸 수가 있는 것이다.
(48쪽)
그녀를 만날 때마다 껌, 사탕, 초콜릿, 젤리, 비타민 같은 것을 하나씩 사서 주어라
...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당신에게 받은 그 캔디나 껌만 봐도 당신을 생각나게 만들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연애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대학 시절 여자친구의 호감을 사기 위해 책에서 밑줄 친 방법대로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 올라 웃기도 했죠.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하게 상대를 좋아했던 시절, 커피 한 잔이면 모두가 행복했던 20대의 기억을 많이 떠올리게 한 책이었어요.
지금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순수한 연애 보단, 서로의 조건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저를 포함해 제 주변 친구들이 결혼과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어요. 다시 한번 기회가 올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기대는 해보곤 합니다. 만남부터 사귀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는 그런 재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을요.
(75쪽)
과정에 충실하는 것이란 바로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까지의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며, 나를 좋아하게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키스를 하기까지 그 이전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하자는 말이 있다. 연애에 있어서 과정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326쪽)
연애는 결혼으로 골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랑을 배우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 그리고 후에 한 사람을 지킬 줄 아는 마음을 수련하는 창조적 감정의 승화를 촉진시키는 촉매제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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