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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
"신은 죽었다"
프리드리히 니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어요. 저 역시 이름만 많이 들었지, 니체에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은 없거든요. 고전 철학에 대한 책들은 많은 이해와 해석이 필요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 않아 몇 번이나 읽던가, 아님 끝까지 읽는 경우가 잘 없었거든요.
하지만 모든 책이 그렇진 않더라고요. 특히,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로 하여금 읽기 쉽게 번역된 책도 많고, 아니면 처음부터 간결하게 정리된 책도 많더군요. 그중 232개의 짧은 글들이 모여있지만 글 하나하나가 와닿고 멋진 말들로 가득했던 책. 쉬우면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 <니체의 말>을 읽었습니다.
<니체의 말 / 프리드리히 니체 / 삼호미디어출판>
(23쪽)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지고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 느껴질 때는 자신이 지쳐있다는 신호라고 여기고 그저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배려다.
<아침놀>
저는 나쁜 일이 있으면 저 자신을 다그치는 편이에요. 차라리 몸이 바쁘면 잡생각을 할 겨를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 자신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저를 보곤 친구가 그러더군요. 쉴 땐 쉬어야 한다고. 재충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요. 맞아요. 이미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몸까지 지치게 만들어 버리면 오히려 더 큰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도 있더군요.
몸을 바쁘게 하면 그 순간은 잊어버리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여유·혼자만의 시간에 오히려 적응을 못할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되니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더 뭔가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버리게 되더군요. 이 시간을 잘 못쓰게 되면 저 자신이 초라해지고 한심해 보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마저 들 때도 있었어요.
결국, 하던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났어요. 목적지는 없었죠. 그냥 발길 가다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으면 먹고, 다시 걷고 싶으면 걷기를요. 처음에는 이렇게 여행을 떠나도 되는가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 생각은 사라졌어요. 그 여행에 집중하게 되고, 잊고 있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오랜만에 잠도 푹 잤어요. 매번 이렇게 어딘가로 떠날 수는 없지만, 지치고 힘들 땐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37쪽)
자기 현시욕. 말하자면 자신만을 내세우는, 자신만이 특별히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이다. 모임에 참석하면 이것이 또렷이 보인다. 어떤 이는 이야기나 풍부한 화젯거리로, 또 어떤 이는 기발한 의상으로, 어떤 이는 넓은 인맥으로, 또 다른 이는 자신의 고립으로 각자 자신만이 주목받길 꾀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계산은 착각이다. 자신만이 주목받을 주인공이요, 타인은 관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관객 없는 연극이 되어버리고, 결국에는 그 누구도 주목받지 못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 와닿는 글귀입니다. 최근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분명 4시간 동안 웃고 떠들었는데, 왜 친구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그랬어요. 제 이야기를 하느라 바빠서 친구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이었죠.
물론, 친구들도 제 이야기를 깊이 듣지 않았어요. 제가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친구가 다른 주제를 꺼내면 그쪽으로 이야기가 바뀌고, 또다시 돌아오는 그런 일들이 이어졌어요.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냐고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항상 그랬거든요. 그렇게 모두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또 만나자!"
결국 저흰 관객도 없는 무대에서 각자가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죠. 물론, 다음에 만나면 또 그럴 것입니다. 그것이 베스트 프렌드끼리의 노는 방법이니까요.
"야, 너 살도 좀 빼고, 머리 염색도 좀 해라. 너 스스로 준비도 안 하는데 어떻게 여자친구를 만드냐?"
"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만나야지, 꾸민다고 달라지냐, 지구상에 여자가 반인데, 그중 한 명은 나를 좋아해 주겠지!"
친구 중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친구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살도 좀 뺀다면 옷부터 좀 더 젊어질 텐데, 도통 이 친구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세상 누군가 한 명은 자신을 봐줄 것이라면서요. 그러면서 주변에 소개팅을 좀 시켜달라는데, 솔직히 이 친구를 소개해 주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무리 성격이 좋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외모를 가장 먼저 볼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물론, 내면을 봐주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내면을 보기 위해선 외면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내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텐데, 이 친구는 그것을 잘 모르는지, 아니면 포기를 한 것인지 답답할 때가 있답니다. 책을 읽다 이 친구에게 꼭 해주고 싶은 글귀가 있어 적어봅니다.
(199쪽)
당신은 연인을 원하는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자신을 깊이 사랑해줄 사람을 원하고 있는가, 이것은 실로 잘난 척의 최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만큼,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하여 좋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자.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은 단 한 사람이면 된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러나 그 한 사람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당신을 어느 누가 사랑할 것인가? 이제 알겠는가? 당신은 처음부터 당치도 않는 주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요. 본인은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만 잘해달라 하면 어느 누가 마음을 먼저 열어줄까요? 이 친구가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어렵지 않게 한 글자, 한 글자를 가볍게 읽을 수 있었어요. 때론 치유가 되기도 했고, 때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죠. 특히,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부분의 글들이 가장 와닿았던 <니체의 말>. 가볍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분이라면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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