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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
회사 퇴사 보름 전, 직장 상사과 크게 싸운 적이 있어요. 사무실이 떠나가라 할 정도로 소리치며 싸웠습니다. 다른 곳에 있다 저희 회사로 온 분이셨는데, 처음부터 저와 계속 맞지 않아 계속 마찰이 있었거든요. 그렇잖아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분이 들어오시곤 결국 저는 사표를 냈어요.
사표를 낸 후 맡은 프로젝트만 마무리 잘하고 나가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았어요. 계속 프로젝트는 꼬이고, 진전이 없더라고요. 더구나 퇴사 전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지면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어요. 거기에 이 상사와의 마찰은 계속 심해졌어요. 불합리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에 앞·뒤 다른 언행. 참고 참다 결국 일이 터졌어요.
'곧 나가는데, 내가 왜 참으면서 있는 건가?'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다 상사와 소리 지르며 싸웠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누군가에게, 그것도 상사에게 소리를 질러 본 적 처음이었어요. 결국, 그 싸움 후 상사와는 퇴사 직전까지 그 상사와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모른 척하고 지내다 인사도 없이 퇴사를 했습니다.
솔직히 후회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상사와 싸운 부분요? 아뇨, 싸운 것은 전혀 후회되지 않아요. 부당하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말한 것이니까요. 다만, 그 당시 넘 분노에 차 그당시 제 기분을 그대로 모두 표출해버린 것이 마음에 남았어요. 결국 언쟁을 벌일 것이었으면 조금은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말해도 될 것을 왜 그렇게 까지 되어버렸는지를요.
생각해보면 기분이 태도가 되었던 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때 행한 태도들에 대한 결과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 작년 말 서점에서 책 하나를 구입했어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 김수현 지음 / 하이스트>
저는 화를 많이 참는 편이에요. 어릴 적부터 습관이 그렇게 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제가 생각하기에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니라 생각해 화를 참는 경우 많았죠. 그런데 가끔 별거 아닌 상황에서 화가 터져 주변을 당황시키게 만든 적이 있어요. 이 습관을 고치려 노력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화를 너무 참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최근 많이 느끼고 있어요.
(24쪽)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욱하는 감정이 솟구칠 때 그대로 내뱉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자제력을 잃고 감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남는 게 좋은 것만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분노는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지 무작정 참기만 한다면 속에서 곪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다.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마침내 분노를 다스릴 줄 알게 된다면 나와 주변을 힘들게 하지 않고 필요할 때 적당한 자극과 용기로 쓰이며 삶에 좋은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화를 한 번 내기 시작하면 자제력을 잃고 하지 말았어야 할 언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스스로 후회한 적도 있었어요. 특히 20대 초엔 젊은 피라는 핑계로 그런 적이 많았는데, 20대 후반이 되면서 이 성격 많이 고쳐졌어요.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할까요?
외국 친구와 교제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했기에 친구와의 대화는 매일 영어공부와 같았죠. 하지만 사람 관계에선 어쩔 수 없이 화를 내야 할 일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이 친구와 교제를 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데, 그중에서 언행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 친구는 아무리 화가 나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을 해줍니다. 본인이 어디에서 왜 화가 났고,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요. 그럼 저는 이 친구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며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영어로 말하니 펙트를 놓쳤다간 더 큰 오해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저도 그렇게 되었어요. 화가 나도 우선을 말로 제 감정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한국말이 아닌 영어는 머리를 한 번 거쳐 나와야 합니다. 특히, 이 친구에게 논리적으로 제가 왜 화가 났는지 영어로 설명하려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왜 화가 났었는지 이유를 잊어버리거나 또는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 것이 90% 더군요. 나머지 10%는 정말 화가 났을 때인데, 대화를 통해 해결하다 보면 결국 어느새 화가 풀린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습관이 지금 제가 화를 다스리고 표출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되었어요. 한국말로 화를 낼 경우, 속된 말로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온다는 말을 쓰곤 했어요. 그런데 화가 너무 나면, 저도 모르게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말하기 위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화가 났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요. 가끔은 혼자 영어로 중얼거려 볼 때도 있어요. 누군가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저만의 방법이 되었어요.
하지만 항상 이렇진 못하더라고요. 정말 너무 화가 나게 된다면 퇴사 전 상사와 싸운 것처럼, 논리적인 언행이고 뭐고 일단 화부터 내 버린 것이죠. 아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많아요. 결국 서로 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불편함과 상처만 주게 되었던 것이죠. 요즘은 화를 푸는 또 다른 방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요. 화가 날 때 운동을 하면 잡생각이 많이 사라지더라고요. 처음엔 잡생각을 하지 않고 화를 풀려고 했던 운동이 요즘엔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경우예요. 블로거님들은 화를 어떻게 다스리시나요?
삶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많았지만 힘들었던 일도 많았어요. 특히, 어떤 해는 업무과 사람관계가 함께 터져버려 하반기는 우울증이 걸리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도 들기도 했었거든요. 특히, 혼자 있거나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슬픔과 분노가 올라올 때가 많아 일부러 더 바쁘게 살기도 했어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은 저를 비참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더라고요. 물론, 제 오해일 수도 있지만, 이 오해를 결국은 끝까지 바로 잡지 못한 채 친구와의 관계가 끝이 났어요. 제게 남은 건 분노뿐이었죠. 정말 사람을 이토록 미워해 본 적이 있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관계를 멀리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지금도 그 친구를 미워하냐고요?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예전만큼 분노에 찬 미움은 없어요. 그렇다고 용서를 한다기에는 제 마음은 아직 속이 좁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분명, 제 오해도 있을 테지만, 이 오해가 풀리지 않는 한 계속 미움이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다는 것 정말 불편합니다. 용서라는 단어를 제가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책에서 이런 문장이 나와요.
(43쪽)
용서는 내가 준비되었을 때 내가 후련하기 위해서,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내 기분을 평온하게 하기 위해서 내 안에 있는 미움이라는 감정을 비우는 것이다. 용서하는 것이 지는 게 아니다. 그릇이 큰 당신이 당신의 넓은 그릇에 좋은 것들만 채우기 위해 덜어내는 것이다. 좋은 생각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굳이 불필요한 미움까지 안고 있지 말자. 담아두고 스트레스받다 보면 나만 피곤해질 뿐이다.
가끔은 책을 보고 모든 것을 깨닫고 내려놓진 못해요. 아마 이 부분에서 저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올해는 제 마음이 더 편해지기 위해서라도 털어버릴 것은 털어버리려 생각 중입니다.
하루하루 다양한 일이 일어나고 감정이 교차하는 삶. 기분대로 모두 행동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만은 없을 듯합니다. 특히 순간의 기분으로 인해 잘못된 태도를 보여 후회를 하는 일이 없길 저뿐만 아니라 블로거님들도 없으시길 바랍니다.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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