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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
KBS의 아침마당을 보고 있는데 게스트 중 낯익은 이름이 보입니다. '변호사 양소영'. 그렇잖아도 며칠 전 변호사님의 책 ≪인생은 초콜릿≫읽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나오니 괜히 변호사님의 강의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양소영 변호사는 '이혼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결혼생활이 힘든 여성들의 편에서 그들을 변호하면서 이혼에 도움을 주는 분입니다.
이혼에 도움을 준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때론 결혼이란 제도 때문에 고통을 받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에겐 오히려 이혼이라는 것이 고통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책임지는 변호사입니다.
이 책은 변호사님이 겪은 변호사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한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과 생각을 담아 놓은 에세이입니다.
<인생은 초콜릿 / 양소영 / 젤리판다 >
이혼 변호사이기에 결혼 생활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서 많이 나옵니다.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결혼을 생각하면 농담소리로 주변에서 결혼을 만류하곤 합니다. 이유는 모두 똑같았어요.
"혼자일 때가 편하다"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이지만 가끔은 그렇진 않답니다. 결혼은 현실이래요. 그러면서도 본인들은 결혼을 했고 잘 살고 있으면서 결혼하지 말라니, 결혼하지 못한 총각을 놀리나 봅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 결혼 생활을 잘합니다. 와이프에게 잘 함은 물론이고 주변에도 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잘못이 있다면 함께 풀어내기를 잘하더라고요. 결혼생활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어떤 결혼 생활을 해야 할지 배웁니다.
반면, 결혼 초기부터 삐걱거리다 결국 이혼을 한 친구도 있어요. 이혼 당시 이 친구는 모든 잘못을 전 부인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니 자신 역시 많은 잘못이 있었다 합니다. 그 당시에는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에요. 모든 비난의 화살을 상대에게 돌리고 싶었던 친구의 마음 조금은 이해해 보려 노력했어요.
손뼉도 맞닿아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 어떤 잘못이든 일방적인 잘못은 거의 없겠죠. 더구나 다른 일도 아닌 결혼이라는 부분에서는요. 상대 혹은 본인의 잘못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결혼생활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가끔 생각해 보곤 합니다.
(26쪽)
잠시 돌아보면 '나'의 잘못이 분명 보인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뼈아프고 부끄럽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게 되는 것이다. 자기만을 이겨내는 것이 용기이고 통찰력이다. 나에게 정직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상대에게 무조건 미안해하고 굽신거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의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찾아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이 있다면 이것을 내가 제어할 수 없었는지까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78쪽)
결혼이 곧 행복을 주진 않는다. 결혼은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갈등을 겪는 고통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 손해를 감수하고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마움과 미안함, 사랑은 힘든 세상을 견디는 힘을 준다.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묘약이 된다.
"어휴, 답답하다 답답해. 매번 어떻게 둔하고 느리냐."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가 본인의 와이프의 느림에 답답해합니다. 결혼생활 8년 차에 접어든 친구는 매번 똑같은 제게 소릴 해요. 와이프가 눈치가 적다, 느리다. 답답하다. 8년째 같은 소리. 이젠 저도 반사적으로 '그래'라고 대답합니다.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어요. 행동도 빠르고요. 반면 친구의 아내는 언제나 여유가 넘칩니다. 알고 지낸 지 10년이 되었지만, 항상 느림과 여유가 가득합니다. 그런 자신의 아내가 친구는 답답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불평의 끝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어쩌겠냐, 다 알면서 결혼했으니, 내가 좀 더 이해해 주고 잘해 줘야지."
친구는 이 야기를 다른 친구에게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아내의 험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야 친구와 친구의 아내를 오래 보고 둘 다 아는 사이라 들어주는 것이에요. 눈치&행동 빠른 친구의 답답함을 이렇게나마 들어줘야죠. 그래도 친구는 집에 가서 아내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었어요. 부러웠어요. 이해해 주고 여전히 사랑하는 그런 관계를요.
누구나 장,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성격은 평생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아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것,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를 직접 겪는 당사자와 상대에겐 수많은 인내와 이해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에요. 연애에서도 중요한 것인데 결혼하면 더 그렇겠죠?
그래도 친구의 아내는 지금 많이 바뀐 편이에요. 제가 알던 10년 전 보다 행동이 조금은 빨라졌어요. 친구도 예전보다 여유가 생기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중이에요. 서로 맞춰주고 성장하는 것. 서로를 이해해 주는 것. 그것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47쪽)
사람이 성장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사람에게 맞는 성장의 속도가 있다. 그러니 자신을 몰아치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자. 넉넉한 시간을 정하면 된다. 그 시계에 집중하다 보면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친구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5살 둔 아들이 자기를 닮아 눈치가 빠르거든요. 그런 아들이 매번 엄마의 답답함에 짜증을 낸다 해요. 그런 아들을 보곤 친구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합니다.
"아, 아내가 느리고 답답해도 짜증 내지 말아야지. 더 사랑해 줘야지. 그래야 내 아들이 나를 보고 배우지"
예전에는 술자리를 가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술자리 횟수 줄이고 있어요. 대부분 그렇듯 회사의 힘든 점을 이야기하거나 불평을 말합니다. 뭐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가끔은 그 자리에 없는 지인의 험담을 할 경우 있어요. 악의적이라기 보단 이야기 소재거리를 찾기 위해서랄까요?
험담을 하는 분은 항상 그런 이야기만 주로 하세요. 어쩔 수 없이 험담이 나오는 경우는 최대한 말을 아낍니다. 대학 시절 이런 문제로 친구들과 많은 문제를 겪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불평을 하고 험담을 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저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사람이 되어버려요. 처음에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이 사람은 다른 곳에 가면 내 욕을 하겠지?"
남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곳에서 내 험담을 하지 않을까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이왕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면 긍정적이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어요. '그 친구는 입만 열면 남 험담이고, 부정 투성이다.' 이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거든요.
가식적이다는 말을 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사람이 항상 밝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저 나름의 기준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하지 말자는 것이에요. 앞에서도 못할 말을 뒤에서 하는 것은 비겁하기도 하잖아요.
제가 불편하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됩니다. 괜히 제 감정을 소모하며 그 사람의 흠을 찾아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세상에 깨끗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는 흠이 많은 사람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남의 흠을 찾아 험담하는 시간에 제게 흠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아보는데 제 시간을 더 쓰고 싶어요.
(141쪽)
늘 상대방의 문제를 끄집어내고 비난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자신은 아무런 흠이 없는 것처럼 타인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태도는 관계를 왜곡시키고 발전할 수 없게 만든다. 타인의 흠을 발견하면 타인을 탓하기보다 자신에게는 흠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 더 유익한 일이다.
(111쪽)
요즘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관계'를 맺지 못해 발생하는 갈등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서로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 "왜 대화를 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면 다들 대화는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 대화는 문자나 카톡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일 뿐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대화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나의 의사를 전달하고, 서로 양보할 것은 없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내 입장을 전달하기만 하고 따지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그런데 나와 다르면 적이고, 나와 다르면 악이라고 관계를 규정지어 버린다. 나를 불편하게 하면 그 관계를 잘라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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