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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스를 통해 한 소방관의 순직 소식을 접했습니다. 주택 화재 현장에 인명구조 중 순직.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화마의 전쟁터에 결국 생을 다한 한 젊은 소방관의 이야기가 국민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어요. 저 역시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는데, 우연히도 이 뉴스가 나올 때 읽고 있던 책이 ≪어느 소방관의 기도≫였어요.
그렇잖아도 책을 읽는 동안 울컥했던 부분도 많고, 소방관들의 많은 고생과 노력을 책을 통해 느끼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 와중에 접한 소방관 순직 소식은 더욱 책을 읽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어요. 소방관이라는 사명에 임하는 그들의 마음의 무게, 화재 현장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소방관 이야기 등이 담긴 책이에요. 우리가 잘 몰랐던 그들의 외적 모습은 물론, 내적 마음을 조금이나 볼 수 있던 책입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 / 오영환 / 샘 앤 파커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황 설명과 함께 대화체로 책이 이뤄져 있어 부담 없이 읽기에 좋았거든요. 글 하나하나가 쉽게 이해되고 현장의 모습이 어떤지 머릿속에 상상이 될 만큼의 설명과 대화가 적절히 구성되어 있었어요.
당시의 현장 상황이 어땠는지,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을 하며 읽게 되니 저 역시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었어요. 어릴 적 소방관의 모습은 단순 멋있다는 느낌만 들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여러 상황에서 접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언제 어디서든,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현장 속에서 살아가는 소방관의 모습이 책을 통해 그려집니다.
(99쪽)
쨍깡, 마지막까지 버티던 자물쇠가 부서진 순간, 현장 지휘대의 요란한 무전 너머로 구조대 부대장님이 소리쳤다.
"문 개방 완료! 거실 유리창 앞에 다 비켜! 모로 붙어!"
쉬익 쉬익, 격렬한 현장에 압도당한 나는 넋을 놓고 유리창 전면부 건너의 새까만 농연을 바라봤다.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연기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그 순간 누군가 내 뒷덜미를 잡아 기둥 뒤로 황급히 당겼다.
펑! 펑! 쨍그랑!
현관문이 개방되는 순간 갑작스런 굉음과 화염 분출로 내가 서 있던 자리의 커다란 거실 유리 전면창이 산산조각으로 박살 났다. 코앞에 깨진 유리 조각들이 비산 했고, 폭발하는 열기에 질겁한 나는 뒤를 돌아봤다. 같은 조 선배가 노려보듯 헬멧을 툭 치며 마스크 너머로 말했다.
"그러다 죽는다. 들어가자. 잘 붙어 다니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선배를 따라 현관문으로 진입했다.
소방관이라 하면 불 끄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불끄는 소방관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소방관이 계시다는 것을 잊고 살고 있었어요. 당장 우리 곁에만 해도 응급환자 발생 시 출동하는 구급대원도 있고, 산악 사고자를 위한 산악 구조대, 바닷가에는 해양구조대 등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소방관이 계십니다.
이들이 출동하면서 가장 큰 바람은 바로 구조자의 생존이겠죠. 구조를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많다 해요. 누구보다 가까이서 타인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분들인 만큼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직업에 대한 회의도 많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정이 없는 소방관은 어떤 모습일까요? 반대로 정이 넘치는 구조대는 또 어떤 일을 발생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소방관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지만 때론 나쁜 일은 빨리 털어버려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이들의 직업적 솔직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27쪽)
"인형 같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그냥 인형 같아서..."
귀소하는 구급차 안에서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차라리 인형이라 생각해라."
"네... 하지만 애 아빠가..."
선배가 쪽창 너머로 돌아보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을 끊었다.
"너무 슬퍼마라. 일하기 힘들어진다."
세상에서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누군가의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니...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 같은 소리와 같지 않을까요?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화재 현장가까이 가야 하는 분들이 바로 소방관이죠. 화재 진압을 위해 화재 현장을 들어갈 때면 이들은 목숨을 걸고 진입을 하는 것이라 해요. 화재로 인한 건축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인명 구조를 위해 뛰어 들어갑니다. 또한 밀폐가 된 화재 현장에 갑작스러운 문개방 시 폭발하는 백드래프트 등 매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분들이 소방관이에요.
하지만 항상 조심한다 하지만, 사고를 피할 수는 없나 봅니다. 매년 소방관의 순직 소식을 잊을만하면 접하곤 합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직업이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생명을 위협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들의 죽음은 가족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해요.
이번 소방관의 순직사고 역시 안타까움만이 남은 결과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청년을 깊이 애도합니다.
(54쪽)
비극적인 재난 뒤에 살아남은 자들은 가슴속 깊이 동료를 잃은 슬픔과 가장 가까운 이를 구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 괴로움을 짊어진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참담하고도 깊은 상처를 평생 안고서 살아간다.
어느 방송에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구조대원을 인터뷰했다. 그는 10여 년이 지난 그 순간을 회상하며 숨겨왔던 속마음을 털어놓다가 눈물에 목이 메어 간신히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이제... 이제 그만하고 싶고... 정말 이제는 그만하고 싶습니다."
- 매년 순직하는 소방관 평균 7명
- 소방 공무원 평균 수명 58세
이 순간에도 많은 소방관들은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프다. 아프면서도 말을 아낀 채, 그저 묵묵히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우리는 소방관이니까.
소방관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되면서 처우가 나아졌을까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예전보다 좋아졌겠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과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인명 구조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소방관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소방관뿐 아니라 세상 모든 곳에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분 많아요. 공무원이 아닌 일반일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지금 우리가 조금 더 편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희생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
(171쪽)
국민들이 자기 자신의 안전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가지기를.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고 소방관이 국가직이 아닌 지방자치 단체의 소속인 상황에서 작은 불편이나 경미한 부상으로 사방관들을 부른 그 순간에,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들을 불렀다면 소방관들이 얼마나 더 빨리, 얼마나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신속하게 다가올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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