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 즐기는 세상
제주도
2023년 10월, 제주도 3박 4일의 여행 중 이틀은 남쪽을 구경하기로 합니다. 서귀포항 근처 숙소인 <제주 화인 호텔>에 머물며 제주 남쪽 일대를 돌아본 예정이에요.
셋째 날의 일정은
서귀포 호텔 - 쇠소깍 - 소천지 - 점심 (삼대고기국수) - 카페(60빈스) - 천지연폭포 - 새연교를 다녀왔어요.
호텔 숙박 시 주로 조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에요. 아침 메뉴 고민할 필요 없거든요.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조식 메뉴에 조금 아쉬움이 남아요. 가격에 비해 준비된 메뉴가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반찬 개수가 너무 적은 거 아니야?"
"그러네, 뭔가 좀 아쉽네..."
호텔 조식의 묘미는 골라 먹는 재미예요. 하지만 이 숙소는 찬 종류가 몇 개 없어 골라 먹긴 어렵더라고요. 간단한 아침메뉴라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가격을 고려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조식이군요.
조식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를 나옵니다. 미리 찾아 둔 오늘의 첫 번째 장소인 <쇠소깍>으로 향했어요. 한라산의 담수와 해수가 만나 생겼다는 깊은 웅덩이 쇠소깍. 쇠는 효돈마을을 뜻하는 옛 지명이며, 소는 연못을, 각은 끝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에요.
쇠소깍 주변에 만들어진 데크에서 경치를 감상해 봅니다. 지하를 흐르는 물과 바닷물이 만나 만든 에메랄드 빛깔의 계곡과 주변 풍경이 예뻤어요. 에메랄드 물 위로 카약과 테우가 떠 다니고 있네요. 쇠소깍을 찾은 이유는 카약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직접 노를 저으며 계곡물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카약 체험을 해봅니다. 소요시간은 20분 내외로 길진 않아요. 그래도 전망대에서 보던 쇠소깍과 달리 계곡 중심에서 즐기는 느낌은 달랐어요. 천천히 노를 저으며 쇠소깍을 즐겨봅니다. 카약은 2인승 1대 기준 20,000원.
카약 체험 후 바로 앞에 있는 <하효쇠소깍해수욕장>을 걸어봅니다. 해수욕장이라면 하얀 모래를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은 검은 모래가 특징이에요.
검정 모래와 함께 해안가 주변은 큰 돌이 많아요. 푸른 제주 바다와 대비되는 검은 모래 해변이 제주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은 렌트카를 이용했어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이 있거나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즉흥적으로 가기 위해서였죠. 쇠소깍 구경 후 향한 곳은 <소천지>입니다.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 해 붙여진 장소예요.
소천지에 오면 전망대가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아래로 내려왔어요.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걷는 게 꽤 힘들어요. 운동화 착용을 추천드립니다.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던 소천지입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소천지에 투영된 한라산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집에 돌아와 소천지에 관한 안내글을 읽어봤어요. 아... 이걸 이제야 알았어요. 방문했던 날 날씨가 엄청 좋았거든요. 애꿎은 바다 배경으로만 사진을 찍었었네요.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설명서와 안내판의 중요성을요.
한라산이 깨끗하게 보일 정도로 날씨가 좋았던 가을 제주 여행. 소천지에 담긴 한라산은 보지 못했지만, 대신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라산을 봤으니 대리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오전부터 열심히 노를 젓고, 많이 걸었더니 배가 고파졌어요. 숙소 근처에 고기국수 전문점인 <삼대고기국수>가 있어 점심 메뉴는 국수로 결정했어요. 국수 2개와 돔베고기가 나오는 돔베고기 세트 32,000원.
고기국수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국수 요리입니다. 흑돼지를 넣고 우린 육수에 수육이 올려진 국수예요. 뽀얗고 진한 국물과 수육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것이 고기국수의 매력이에요.
고기국수와 세트로 주문한 돔베고기도 나왔어요. 돔베는 도마의 제주 방언으로, 돔베고기는 나무 도마 위에 삶은 흑돼지고기를 썰어 먹는 의미를 말합니다. 흑돼지 수육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멜젓에 찍어 먹는 돔베고기의 담백함에 포만감이 더해졌어요.
고기를 먹었으니 커피를 마실 시간이에요. 이왕 마시는 커피 제주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고 싶더라고요. 지도 앱을 찾아보니 해안가를 따라 카페들이 검색됩니다. 그중 눈에 띈 <60빈스 카페>를 찾아가 봅니다.
카페에 도착하는 순간 '아, 내가 찾던 곳이야!'라며 속으로 외쳤어요.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넓은 정원이 있는 카페였거든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국수를 먹었지만, 음료를 마시는 배는 따로 있죠. 카페 시그니처 메뉴인 청량감이 가득한 트로피컬 에이드와 로열 밀크티를 주문합니다. 음료 가격은 조금 있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이 눈앞에 있으니 풍경값이라 생각해요. 제주도 여행 순간순간이 힐링이에요.
제주도를 몇 번 왔지만 남쪽을 여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주로 서쪽과 동쪽을 많이 다녔거든요.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움이 가득한 제주도 남쪽 서귀포 여행입니다.
제주도의 풍경과 카페의 매력에 빠져 꽤 오래 있었어요. 오후 겸 저녁 일정으로 서귀포의 또 다른 관광지인 <천지연 폭포>를 들렀어요. 3일 차 여행의 마지막 장소예요. 천지연폭포와 함께 새연교를 구경하고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할거든요.
높이 22미터, 너비 12미터의 물줄기가 쉼 없이 떨어집니다. 폭포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립니다. 왜 무림의 고수들이 폭포에서 정시수양을 하는지 알 것 같아요. 폭포를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멍해지면서 왠지 머리가 깨끗해진 기분이었거든요. 폭포 ASMR은 덤이에요.
저희가 방문한 기간이 학생들의 수학여행 기간과 겹쳤어요. 그래서 제주도 서귀포 어디를 가도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폭포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보니 학창 시절이 생각났어요.
저는 수학여행을 가면 1회용 카메라를 감아 가며 사진을 찍던 세대예요. 친구들과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 후 학교에 현상된 사진을 가져와 친구들과 돌려보며, 사진이 필요한 친구는 따로 추가 현상을 부탁받아 현상을 하곤 했어요. 이젠 스마트폰에 터치 몇 번이면 수많은 사진이 오가죠. 이런 건 참 편해졌다는 것을 느끼는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랍니다.
천지연 폭포를 마지막 코스로 정한 이유는 <새연교>를 함께 보기 위해서랍니다. 제주 서귀포항과 새섬을 연결 짓는 다리예요. 서귀포의 일몰과 함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랍니다.
어느덧 해가 넘 거 가기 시작했고, 저 멀리 노을이 지기 시작하네요. 날이 너무도 맑았던 제주답게 노을 역시 멋지게 저물고 있었어요.
생각해 보니 제주도 와서 노을을 볼 일이 잘 없었어요. 항상 뭔가 바쁘게 이동했던 기억이 많더라고요. 우연찮게 서귀포에서 노을도 보게 되었네요. 제주도에서 즐기는 마지막 노을이라 괜히 감상에 빠져봅니다.
주변이 어둑해질 때쯤, 새연교에 불이 들어옵니다. 새연교의 불빛과 서귀포의 야경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명당이군요. 바다만 바라보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였을 거예요. 오히려 시가지에를 밝힌 조명 덕분에 한층 멋진 야경을 구경했어요.
다리 구경을 끝내고 내려가는데 태연의 <제주도의 푸른 밤>의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역시, 제주도 오면 빠질 수 없는 노래예요. 흥이 오를 무렵 다리 아래에서 분수가 뿜어대기 시작합니다. 음악분수입니다. 댄스부터, 트로트, 팝송까지 신나는 음악이 새연교 분위기를 더해주네요. 멋진 야경과 함께 기억에 남게 된 서귀포의 마지막 밤이었답니다.
하루 종일 제주도의 예쁜 풍경을 가득 담을 수 있었던 10월 제주도 남부 서귀포 여행. 제주도 오면 꼭 하루, 이틀은 비가 왔었는데 비 한 번 없이 맑은 날만 되는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마지막 여행까지 맑은 날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ll 제주 쇠소깍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쇠소깍로 104
ll 제주 소천지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1400
ll 제주 삼대국수회관 서귀포직영점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20, 2층
▶ 영업 : (매일) 08:30 - 01:00
▶ 문의 : 064-73-6646
ll 제주 카페 60빈스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태평로 120번길 29-2
▶ 영업 : (매일) 09:00 - 18:00 / (라스트오더) 17:30
▶ 문의 : 0507-1427-1203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afe_60beans/
ll 제주 천지연 폭포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667-7
▶ 입장 : 매일 09:00 - 22:00
▶ 입장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 어린이) 1,000원
▶ 문의 : 064-733-1528
ll 제주 새연교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 문의 : 064-760-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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