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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의 신간을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에요. 신간이라기에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2015년에 출판된 책이더군요.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진 것들, 나의 상황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이너프 '이 정도면 충분해'

제프 시나바거 지금 / 이지혜 옮김 / 옐로브릭




  책의 저자이자 책 속의 주인공인 제프 시나바거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가에요. 동네 이웃들과의 프로젝트부터 난민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사회적 활동 (책 속에서 저자는 실험이라 부르더군요)을 하는 중이에요. 지금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이 애틀랜타로 이사 오고 처음 만난 이웃 클래런스였어요.


집은커녕, 옷, 양말, 핸드폰 하나 없는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은 거지라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클래런스는 본인이 그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매일 '구직활동' 중이었어요. 동네를 위해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지붕의 페인트칠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동네에 있는 것이었죠. 그리고 동네의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집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받아 자신이 대신 사용하는 것이죠. 집, 재산 등의 풍요 속에서 살아가던 저자의 인생관은 클래런스와의 만남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


무엇을 얼마만큼 가지든 그 속에 스스로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죠. 필요에 의한 구매인지, 욕구에 의한 구매인지 스스로 냉정히 판단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은 쓰지 않는 물건으로 가득 차게 되고, 어느새 그것은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이 집에 남는 물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옷장 속, 창고에 몇 년을 썩히기보다 당장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에게 쓰지 않는 물건과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업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죠. 이런 모든 것이 스스로 정한 충분함의 선과 '나눔'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프로젝트가 실행될 수 있대요. 


예전 김정운 저자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서 바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어요.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 외로울 시간이 없고, 이는 휴식을 가지지 못한다 했어요. 이 책에서도 바쁨은 공동체 삶을 멀리하게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나눔'이었죠. 하지만 그 나눔을 실천하기엔 너무 바쁜 우리. 이 바쁨은 이웃과의 관계마저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변명이래요.


'바쁨'은 진정한 공동체를 가로막는 장벽이나 변명으로 쉽게 변질된다. 나는 바쁘고, 친구들은 다들 내가 바쁜 줄 안다.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유일한 답변은 "바빠"인데, 이 말은 친구들에게 내줄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계속해서 "바쁘다"고 하면, 나는 그 사람들에게 "지금은 당신이 필요 없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친구들은 대부분 이 미묘한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거리를 둔다.


우리는 "바쁘다"는 대답이 사실은 공동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바쁜 게 좋다는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계속한다면, 나는 점점 더 고립되고 서서히 자기 중심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 P 158 -


  저도 생각해보면 바쁘지도 않은데 친구들이 연락만 오면 바쁘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은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그 친구들에게서는 연락조차 오지 않더군요. SNS를 통해 자기들끼리 모임을 가진 것을 보곤, 기분이 나쁘고 친구들과의 거리감이 생겼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 장벽을 스스로 바쁘다는 말로 세워버린 것이죠. 이제라도 허물어 버려야겠어요. 그리고 집을 둘러보고 몇 년간 쓰지 않고 옷장에 넣어둔 많은 물건을 한 번 정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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